by 김형준 (2023.3.6)
내용:
1. IPAC 아트홀의 이전과 관련하여
2. 음악세계와 관련하여
3. 앙상블아인스 현악사중주 연주와 관련하여 <---⛳ 연주평
4. 앙상블아인스와 관련하여
1. IPAC 아트홀의 이전과 관련하여
IPAC홀이 서초동에 자리를 잡은 후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여 연 첫 공연으로, 매우 감동적인 연주였다. IPAC은 음악 발전에 기여하며 연주자와 청중 간 교감을 강조하는 공간으로 훌륭히 성장하고 있다.
아이팍 홀이 예술의 전당 앞에서 운영되다가, 남부터미널옆, 서초중앙로 56 으로 이전하여 2023년 3월 4일 첫 공연을 하였다. 코로나로 그동안 대면 연주가 어려웠지만 이제 자연스럽게 연주회를 열 수 있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였다. 이전의 무대가 유럽식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면 서초중앙로의 무대는 현대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한 것이다.
연주자와 청중들간의 간격을 좁혀 직접 교감을 나누게 하고 해외와 우리나라 음악인들의 교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출발한 아이팍이 2023년 봄에 새 출발하게 된 것을 축하하면서 날로 발전해 나가리라 믿는다.
우리나라 젊은 음악가들의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데 우리 젊은이들이 아이팍을 통해 유럽에 유학을 가거나 유럽 무대에 진출한 사례를 보면 아이팍이 우리나라 음악 발전에 기여해 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이팍 아트홀 연주회에 참석하면서 늘 느끼는 바이지만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음악 연주를 배운다는 것은 아이팍 아트홀의 커다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방문하셔서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다.
2. 음악세계와 관련하여
'음악은 예술의 한 장르로서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음악의 원리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가치는 가격이나 시간과 관계없이 변함없이 영원하다는 것이다.'
음악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예술의 한 장르이다. 다른 예술에서도 음악을 빼놓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시에 멜로디를 붙이면 노래가 된다. 춤, 발레 등 무용, 피겨스케이팅, 영화, 드라마, 시 낭송에서 음악을 빼면 성립되지 않는다. 무소르그스키는 그의 작품 ‘전람회의 그림’에서 그림을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음악 치유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미 등장하여 지금도 커다란 효과를 보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음악에 대해 막상 깊이 이해해 보려고 마음을 먹더라도 그리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음악에 접근하기 위해 적지 않은 학습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청각 예술이므로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 듣고 나서 순식간에 지나가므로 접근하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음악의 원리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음악의 깊은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이는 골프나 야구처럼 경기 규칙 (스포츠 룰)을 이해하고 보아야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예술을 아트(Art) 라고 하는 것은 기술을 아트라고 하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저서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에서 사랑을 하려면 악기연습, 건축, 의학처럼 학습과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명사로서 Love가 아니라 동사로서 Loving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몸을 움직여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위시한 예술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이에 대해 많은 것을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Art는 Artificial과 연계되는 단어로서 인간 본연의 자세를 추구하고자 하는 맥락과 연계되어 있다. 우리는 강이나 산을 예술작품이라 하지 않는다.
필자는 영어 단어 중에서 Priceless와 Timeless를 좋아한다. Priceless는 너무 가치가 높아 값을 매길 수 없다는 뜻이다. 공기, 물과 같은 존재는 생명체의 생존과 직결되므로 값을 매길 수가 없다. Timeless란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음악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면 저는 음악이 이 두 단어의 의미와 같다는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음악세계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 인생의 새로운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3. 앙상블아인스 현악사중주 연주와 관련하여
앙상블아인스는 해외 작곡가들의 현대음악작품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작곡가의 현대음악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캐롤라인 쇼의 현악사중주 Entr’acte for String Quuartet>,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현악사중주 D장조>, <헬무트 라헨만의 현악사중주 3번 (Grido)>를 연주하였다.
2013년에 창단된 앙상블아인스는 해외 작곡가들의 현악작품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우리나라 작곡가의 현악작품을 해외에 소개해 오고 있다. 2023. 3. 4 (토) 오후 7시 아이팩 아트홀에서 <캐롤라인 쇼의 현악사중주 Entr’acte for String Quuartet>,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현악사중주 D장조>, <헬무트 라헨만의 현악사중주 3번 (Grido)> 세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실로 감동적이었다. 이를 듣고 느낀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곡 캐롤라인 쇼의 작품 연주에 대한 소감은 다음과 같다.
피치카토로 앙상블을 이룬 것이 놀라왔다. 손가락으로 튕겨서 연주하는 피치카토 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각고의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손가락에 물집이 여러 번 생기고 낫기를 반복한다. 피치카토를 포르테로 연주하려면 줄이 끊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하게 줄을 당긴다. 이러한 피치카토 주법으로 강하고 약함, 빠르고 느림을 조절하여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보통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하모닉스로 멜로디를 이어가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엔딩 부분에 첼로연주자가 피치카토 솔로로 연주하면서 끝나는 장면은 다른 곡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둘째 곡 쇤베르크의 작품 연주에 대한 소감은 다음과 같다.
쇤베르크는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 끝에 12음기법 (Twelve Tone System)을 창시하면서 새로운 음악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이지만 고전파의 모차르트, 베토벤, 낭만파와 국민음악파의 브람스, 드볼작을 모델로 삼았다. 이러한 경향은 이번 연주 곡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1악장은 드볼작의 8번 교향곡 3악장에서 느끼는 동양적 음악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마치 우리에게 친숙한 멜로디를 듣는 느낌이다.
2악장은 1악장의 분위기를 이어 목가적인 풍미를 더해준다.
3악장에서는 쇤베르크의 개성이 본격 발휘한다. 조성체계에서 벗어나 12음체계의 음악세계가 펼쳐진다. 첼로 솔로로 시작하다가 비올라의 등장으로 저음파트의 듀엣음악이 연주된다. 이어서 제1, 2 바이올린의 등장으로 4개의 악기가 혼신을 다해 연주한다.
싱코페이션 (당김음)이 연속되면서 포르테로 연주한 부분에서 박진감과 긴장감이 높아지며 그 이후 Bb장조 부분에서는 분위기를 바꾸어 낭만주의적인 감성을 짙게 표현한다. 엔딩 부분에서는 비올라가 분위기를 살려 한껏 음악을 돋보이게 하였다.
4악장은 살타토와 피치카토로 힘차게 연주를 시작한다. 이 두가지 활쓰기 기법은 활을 튕겨서 연주하는 기법으로 고난도의 숙련이 필요하며 강한 음을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 이후 가단조와 라단조 등으로 조가 바뀌면서 서정적인 감성의 깊이를 더해 준다.
셋째 곡 헬무트 라헨만의 작품 연주에 대한 소감은 다음과 같다.
현재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는 평균율(피아노)과 순정율(현악기)에 입각하여 만들어졌고 청중을 감동시키려 각고의 노력으로 연주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악기로서 자연음에 가까운 다양한 소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헬무트 라엔만은 이러한 역설을 실현에 옮긴 주인공이다.
이번 연주를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의 연주방식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활을 브리지 (선의 울림을 통 속으로 연결시켜 주는 부분) 가까이에서 선과 마찰시키고, 첼로는 아예 브리지에 직접 마찰시키기도 한다. 중간에 약음기를 끼워 약하게 소리를 내기도 한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경우 브리지를 넘어 활을 마찰시킨다. 첼로는 브리지를 넘어 피치카도로 연주하고 심지어 지판을 넘어 피치카토로 연주한다.
제2바이올린 연주자는 마찰음을 세게 내기 위해 활 잡는 오른손을 활을 꽉 잡기위해 활 잡는 모양까지 바꾸어가며 연주한다. 제1바이올린 연주자는 활 털이 많이 끊어진 상태에서 연주를 지속한다.
인상적인 부분 중의 하나는 제1, 제2 바이올린이 트레몰로로 긴박한 연주를 하는데 동시에 비올라와 첼로는 천천히 활을 그으며 연주하는 모습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도 다를 수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악기로서 바람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음에 가까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새로운 음악세계를 개척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공연이 저에게 크게 와 닿은 것은 이러한 안목을 가지도록 만들어 준 데에 있다.
4. 앙상블아인스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존재하지만 하나로 뭉쳐져 완벽한 조화와 협력이 필요한 존재 라는 뜻에서 앙상블 이름을 아인스 (독어 Eins 는 ‘하나’ 라는 뜻) 라고 지은 것이 아닐까. 이는 기업경영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며, 개인적으로 2023년을 맞아 이 공연을 관람한 것은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아인 (Ein)은 독일어로 하나를 의미하며 Eins는 이의 복수형(Plural)이다. 아인슈타인의 독일어 이름은 Ein Stein, 즉 하나의 돌을 의미하며 우리 말로는 일석(一石)이다. 필자의 친구 중에 법대 교수출신인 일석이란 친구가 있다. Eins는 하나가 여러 개인 동시에 여러 개의 하나, 즉 하나씩 개별로 존재하지만 하나로 뭉쳐진 존재라 풀이할 수 있다. 현악4중주도 네 악기가 따로 존재하지만 뭉쳐서 하나의 음악을 창출해낸다는 의미가 된다.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구호 ‘All for One, One for All’을 떠올리게 한다.
실내악은 정말 연주하기 어렵다. 한 연주자가 실수하면 금방 드러난다. 개인의 원숙한 기량과 각고의 연습으로 호흡을 맞추어야 바라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완벽한 조화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업경영에서 구성원 간의 소통, 조직 간의 협력 등이 중요한데 이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실내악 연주이다. 흔히 듣는 따로 또 같이, Me and We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2023년을 맞이하여 아이팍 아트홀에서 앙상블아인스의 공연을 들은 것은 개인적으로 커다란 행운이란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맺는다. 공연을 준비해 주신 모든 손길에 감사드린다.
IPAC에서 앙상블 아인스 현악사중주 공연을 보고 나서 by 김형준 (2023.3.6)